Tuesday, January 10, 2017

브런치로 이전합니다.

블로그 통합관리와 사용성을 감안하여 브런치로 이전합니다.
향후 제 한글 포스팅은 브런치와 영문포스팅은 Medium으로 통합 발행 할 예정입니다.

브런치 (한글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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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uly 22, 2016

중국기업들의 어약용문


지난 3월, 서울에 'DJI'의 해외 최초 플래그쉽 스토어가 오픈했다. 'DJI'는 2006년 중국 심천에 설립된 드론업체로 팬텀, 인스파이어, 매트리스 등의 소비자드론과 전문가용드론으로 현재 전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으며 100억 불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이미 전 세계 15개국에 지사를 내고 영업을 하고 있는 'DJI'가 유독 한국을 왜 제1호 플래그쉽 스토어의 입지로 선택했을까?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하며 'DJI'가 열었던 기자간담회의 내용을 보면 명확해진다. 한국의 제한된 시장 구조상 매출 확대의 목표가 아닌, 수도권에 집중된 마니아들을 결속해 드론의 저변확대를 위한 커뮤니티를 조성하며,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제작 생태계에 깊숙이 들어가 드론을 주요 요소로 만들면서 진화시키고 싶은 것이다. 최근에 중국기업들과 한국 컨텐츠 제작사가 사전제작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태양의 후예'의 사례를 보면,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는 중국이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 요소임을 알 수 있다.

 대륙의 실수라는 유행어를 만든 '샤오미'도 공식적으로 한국 진출을 했다. '특허'라는 장벽이 있어서 스마트폰/TV 사업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소형 가전과 다양한 액세서리를 가지고 한국 지사를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영업과 기술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 마케팅도 본격화하면서 한국 안방에서 샤오미 나인봇 미니, 스마트밥솥, 자전거까지 판매를 시작하며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드는 경쟁구도를 생성하고 있다.

중국산이라면 저가에 품질이 낮을 것이라며 무시하던 한국인들의 고정관념을 바꾼 '샤오미'이기에 상대적으로 대기업의 장악력이 약한 제품 포트폴리오로 한국시장에서 내ㆍ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샤오미'의 속셈에 한 마리의 토끼가 더 있음을 알 수 있다. '샤오미'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샤오미 E&M'이 '코리아엠씨엔'과 제휴하여 샤오미 헤이진쯔보(黑金直播) 클로즈베타 서비스에 한국의 컨텐츠를 확보ㆍ유통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컨텐츠를 통해 '샤오미' 생태계에 새로운 사용자를 확보하고, 다양한 형태의 컨텐츠 비즈니스를 그 안에 접목하려는 시도이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시장이 크지 않고, 한국 대기업들의 경쟁이 심해 중국 제조, IT 업체들이 잘 진출하지 않았던 우리의 안방에 중국기업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현상을 우린 정확하게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2대 교역국이긴 하지만, 'DJI'와 '샤오미'만 봐도 단순히 그들이 가진 제품을 유통하고 판매하는 것만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 아닌 것으로 보아 한국시장은 여전히 제약이 심하고, 시장잠재력이 크지 않은 시장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는 시점에 그들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있고 그것을 위한 투자가 수반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나 모터쇼에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역할을 가진 중국기업들이 많지 않았는데 2~3년 사이 완전히 뒤바뀐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국에는 이미 400여 개의 3D 프린터 회사들이 있고,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장을 만들어 리드하고 있다 보니 한국시장은 안중에도 없다.

'DJI' 이외에도 'EHANG', '지페이'를 비롯한 100여 개의 드론 회사들은 춘추전국시대를 만들고 있다. 'LeSee', 'Faraday Future', 'BYD' 같은 전기차 기업들도 급격히 늘고 있으며 AR/VR의 경우 디바이스에서 카메라, 컨텐츠까지 예전에는 기술 시차가 있을 법한 분야들에서 이젠 더 이상 격차가 느껴지지 않거나 오히려 앞선 시차가 느껴지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중국의 기술과 기업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안도할 일이 아니라, 국내 경쟁력이나 시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세계는 점점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평균적 가치에서 극단적 다양성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IT와 제조업은 양극단을 커버할 수 있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발판삼아 밖으로는 미국과 함께 G2의 지위와 힘을 과시하고 있고, 안으로는 국내 기업과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라는 슬로건 아래 내부의 변화도 빠르고, 대외적인 전략도 강하게 실행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과거보다 훨씬 더 전략적이고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들어오고 있고, 거대한 자본으로 무장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그들은 원하는 것을 챙기기 위해 무서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어약용문'(魚躍龍門), 즉 '황허(黃河)의 잉어가 룽먼(龍門)의 폭포를 뛰어넘으면 용이 된다'는 고사가 있다. 우리는 중국이 한국을 바짝 추격해오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상은 많은 분야에서 우리를 넘어 '어약용문'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유 자금력과 내재 인프라를 이용하여 빠르고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ㆍ지원해야 하며, 단기적 제품개발을 지양하고 장기적 원천기술 투자와 창발적 연구개발이 가능하도록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기존 대기업 하청구조를 탈피하여 보유하고 있는 제조역량이나 전문기술을 활용하여 글로벌 시장에 많은 기업들과 연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스타트업은 빠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가치와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시도들을 경주해야 하는데 결국 궁극적이고 실질적인 대응방안은 이를 통해 중국과 협력하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중국은 더 이상 경쟁을 통해 이겨내기 어려운 단계로 진화를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가능하다면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함께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과 문화를 가져야 할 절실한 순간을 맞이 한 것이다.


http://blog.naver.com/rehoboth2009/220762251010 기고글



Thursday, June 25, 2015

하드웨어의 헐리우드 꿈꾸는 선전을 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VC를 하고 있는 지인을 재작년에 타이페이에서 만난 적이 있다.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선물이 있다며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PCB모듈을 하나 꺼내 준 적이 있다.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이 심천에서 만든 엄지손가락만한 아두이노 호환보드라며 침튀기게 자랑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을 투자하기 때문에 매달 한번은 심천을 들러야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그때는 흘러들었는데 그 보드가 Spark core란 이름으로 전세계 개발자들에게 배송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Makerbot의 창업자 중 한명인 Zach Smith와 함께 타이페이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가한 적이 있다. 재미있었던 것은 뉴욕출신인 Zach가 심천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이고 중국에 거주한지 2년밖에 안된 친구가 유창한 중국어로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왜 심천에서 사느냐, 그리고 왜 중국어로 발표를 했느냐는 질문에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선 심천만한 곳이 없고 정말 역동적인 곳이며, 중국어를 할 수 있어야 진짜 중국에서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있다라는 답변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 두 이야기의 묘한 공통점으로 등장하는 심천이 최근 국내에서 마치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도시마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제조업중심의 한국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이렇다 할 경쟁력을 만들고 있지 못한 시점에 어쩌면 당연한 관심이 아닐까도 싶지만 정작 심천은 그렇게 갑자기 나타난 도시가 아니다.                                                                                                                                                                    

심천은 중국의 경제특구 1호이다. 1979년 덩샤오핑이 중국 개혁개방의 전진기지로 홍콩과 마카오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물류적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채 20Km가 안되는 거리에 있던 심천을 중국 최초의 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을 하고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쏟아부은 곳이다. 그로인해 지금은 상하이, 베이징과 함께 경제규모에 있어 중국의 3대도시로 성장을 한 곳이다. 심천은 지리적으로 홍콩과 매우 가깝다보니 세계의 공장으로 중국이 성장을 하기 시작한 시기를 이끌었고 제조는 심천, 물류와 금융은 홍콩으로 나뉘어 다양한 세제혜택과 저렴한 생산/물류비를 기반으로 전세계 글로벌기업들의 제조공장 800개 이상을 심천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이 공장들을 중심으로 중국기업들의 제조인프라가 함께 만들어지는데 지금은 그 규모가 대략 6000개정도에 이를 정도로 심천전체가 대규모 제조생태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두시간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광저우, 동관, 후이저우까지 그 규모가 확장되어 지금은 이 지역전체가 심천과 유사한 제조 클러스터가 되었으니 그 규모는 이미 경쟁상대가 없는 수준이다. 


심천국경에 가면 커다란 광장을 가운데 두고 어마어마하게 큰 건물 3개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가히 대륙의 스케일이 느껴지는 건물들인데 하나는 배로 심천을 들어가는 심천항, 다른 하나는 버스로 심천을 들어오고 내륙으로 연결되는 심천버스터미널, 마지막 하나는 기차로 들어오고 나가는 심천역이다. 이렇게 지정학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들어가고 나가는 허브의 역할을 하다보니 규모는 말할것도 없거니와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되고 다양한 상품들이 거쳐 움직이는 관문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 곳이 바로 로후이며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짝퉁시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후는 전세계 모든 브랜드가 다 유통이 되는 산짜이의 본고장으로 악명이 높고 지금도 로후시장에 가면 단속을 피해 수많은 짝퉁들이 유통이 되고 있다. 보통은 지갑, 가방, 시계같은 고가 브랜드 제품부터 전자제품, 패션, 의약, 귀금속까지 그 영역은 가히 한계가 없는데 중국이 가진 카피본능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다. 요즘은 대만의 공차가 유명해 백화점 및 거리에 공차매장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심천에선 이 공차를 거의 똑같이 베낀 굿차매장을 공차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어 그 베끼는 본능이 어디까지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뻔뻔함을 비판하는 시선도 무척 많지만 중국은 염치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그들의 인식과 문화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베껴서 만들면 싸게 팔수 있는 시장이 있는 한 이러한 카피문화가 쉽게 사그러지지는 않을 것이며 눈치를 보기보단 만들어내는 실행을 우선시 하다보니 자연스레 시장은 그들 사이에서도 경쟁의 구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심천의 짝퉁제품들도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당장 주인이나 점원이 달려나와 사진을 찍지못하게 제지하는 경험을 쉽게 할 수 있다. 우스운 사실은 자신들도 베겼으면서 왜 사진을 못찍게 하는지 현지인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자신들이 베끼긴 했어도 시장성이 있고 좋은 제품을 찾는데 꽤 많은 노력을 들였고 게다가 베끼느라 나름 공을 들였는데 그런 것들만 또 베끼는 2차, 3차 짝퉁메이커들이 있어 그것을 막기위해 사진을 못 찍게 한다고 한다. 








베낀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게 될까봐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한 나로서는 어처구니없는 이유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시장 논리이며 자유경쟁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었다. 이러한 경쟁이 있으니 자연스레 모조품끼리도 차별화를 위한 몸부림이 있고, 이를 극복해 낸 회사들이 모조품이란 딱지를 떼고 글로벌 경쟁의 무대로 올라가는 경우도 목격하게 된다.

조본업이나 핏빗 같은 웨어러블 밴드만 해도 수천 가지를 이미 팔고 있다. 가격도 만 원대에서 몇 만 원대까지 오리지널 제품의 10분의 1에서 5분의 1 가격의 제품들이 즐비하다. 여기에도 이런 극단의 차별화 사례를 볼 수 있다. 밴드에서 액티비티 트래커 모듈이 분리되는 것까지는 기존의 다른 제품들과 똑같은데 귀걸이가 있어 필요할 때는 핸즈프리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품도 있다.

삼성 갤럭시 기어나 애플워치를 베낀 제품들은 어떤 매장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는 다르겠지만 하드웨어 등 겉보기는 구별이 안 되는 제품들이 4~5만원에 팔리고 있다. 거기에 직접 SIM카드를 삽입해 전화까지 걸 수 있는 제품도 만 원만 더 내면 살 수 있다.

베끼기는 했지만 뭔가 하나가 더 있고, 겉은 베꼈지만 나머지는 자기들 마음대로다. 우리는 시장을 따지고 염치를 따지고 비용을 따지느라 머리 속으로만 하던 일들을 중국은 그냥 베껴보고 만들어 보고 팔아본다.

좋다고 따라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분명히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데 덕분에 중국은 분석하고 만들고 팔면서 경쟁하고, 경험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무서운 점이다. 중국의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애플을 열심히 베끼던 샤오미는 몇년 만에 어느덧 중국에서 삼성을 제치고 거대 스마트폰 회사로 성장했다. 지금은 배터리 팩에서 통신장비, 사물인터넷 기기까지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런 모조품의 문화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수많은 외국의 기업들이 선전에 들어와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드는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자연스레 선전의 생태계로 녹아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 생태계 인프라를 이용해 시장이 있는 곳에 그들의 실리가 동작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중국 최대의 전자상가인 ‘화창베이’ 같은 곳이 탄생 했다. 그 곳에서 그들은 외국에서 들어온 제품과 기술을 녹이고 중국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낸다. 부품을 수급하고 공장을 섭외하여 생산하는 모든 것들이 단계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화창베이, 알리바바 통해 세계로 연결
화창베이는 마치 1980년대 말 세운상가나 1990년대 중반 용산전자상가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가게마다 활기가 넘쳐서 규모면에서는 우리 용산전자상가의 30~40배 정도지만, 체감상으로는 조금 과장하면 100배정도 키워놓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화창베이에서 못 만들면 세상에서 못 만든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어떠한 제품이라도 만들어 낼 인프라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오래된 구형 전자부품, 전선, 커넥터, 배터리, LED, 메모리, CPU류에서부터 SMD부품, 블루투스, 통신모듈, 디스플레이, 센서, 모터 등 없는 부품이 없다.

또 아주 적은 수량에서부터 대량까지 모든 종류의 수급이 가능한 곳이다. 부품상가의 거의 모든 곳에서 PCB제작이나 시제품 제작, SMT(표면실장기술, 부품의 자동조립)를 해주는 업체들이 즐비하다. 전국에서 젊은 친구들이 돈을 벌기 위해 모여들다 보니 인건비가 저렴하고, 어떤 단순한 일이든 아주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자연스레 만들어져 있다.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한다는 말이 어쩌면 적절할지 모르겠다.

품질은 아주 조악한 수준에서부터 글로벌 기업들의 고품질 프로세스가 공존하고 있다. 중국의 다른 도시들처럼 젊기 때문에 위험요인을 고려해 주저하기 보다 얼마나 이익을 볼 수 있느냐가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예전의 세운상가나 용산전자상가와 중요한 차이점은 배후에 알리바바가 만들어 놓은 막강한 글로벌 유통채널이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와 유통시스템을 통해 연결, 속도나 가격, 물량이나 품목에서 전세계를 장악할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메이커 문화, 크라우드 소싱,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같은 트렌드가 선전의 역할과 영향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 세계가 다품종 소량 생산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고 DIY와 공유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점에 주목한 언론들은 이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메이드 위드 차이나(Made with China)’의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선전의 지인들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 ‘이노베이트 위드 차이나(Innovate with China)’라고 말한다. 혁신하려면 중국의 힘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최근 애플은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골드컬러를 기본으로 하고 중국인들의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을 탑재하는가 하면 선전의 애플스토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걸 보면 중국의 시장이 만들어 낸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의 시대가 함께 열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를 먼저 감지한 핵스(HAX), 하이웨이1 등 하드웨어 전문 액셀러레이터들은 선전에 본거지를 두고 세계의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들을 중국 선전으로 데려와 저렴하고 빠른 인프라 환경에서 최고속으로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또 사업화와 시장성을 검토해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판매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 예로 든 스팍(Spark)도 핵스의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적으로 펀딩과 프로토 타이핑을 한 회사다. 선전에 거주하는 잭도 핵스의 멘토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걸 보면 이 플랫폼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운영되면서 강력하게 성장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핵스의 창업자인 셰릴은 곧 핵스를 떠나 유럽에 이 인프라를 연결할 또 다른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핵스는 핵심파트너인 벤자민과 던칸의 주도로 더 막강한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가 되기 위해 선전을 활용하고 있다.

사실 선전의 빼놓을 수 없는 진짜 경쟁력은 사람이다. 훌륭한 인프라에 이를 실행하고 구현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힘은 배가되고 가치는 상승한다. 중국은 여전히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장사치가 있고 이야기한 것과 결과가 다른 케이스들도 빈번하다. 돈만 날리고 언어.문화 장벽으로 제대로 된 결과를 못 만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든 게 장밋빛이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선전의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시드스튜디오(Seeed Studio)도 그 중 하나이다. 보통 무언가를 만들고자 할 때,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 특히 하드웨어는 비용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시드스튜디오는 선전의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든 에릭이란 친구가 2008년 만들었다. 품질이 검증되지 않고 경험도 부족한 메이커와 중국 선전의 제조경쟁력을 연결하고자 하는 동기가 시드스튜디오라는 플랫폼으로 실현됐고, 2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지금은 280명의 직원이 일하는 곳으로 성장했다.







시드스튜디오는 경험이 부족한 메이커들을 도와 제조 프로세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다.


이곳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초기 설계부터 10~1000개(최대 10000개)의 소량 생산을 도와준다. 시드스튜디오 안에 소규모 생산 설비부터 개발, 검증 부서까지 다 갖춰져 있어 하루에도 수십 개의 배치가 높은 수율로 돌아가고 있다. 시드스튜디오의 경쟁력은 설비와 저렴한 비용만은 아니다. 소량생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스와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표준 부품, 처음부터 생산까지 관리하고 도움을 주는 ‘PM(Project Manager)’이 차별화 포인트다.

이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때까지 도와주고 문제를 해결해 준다. 또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실제 시드스튜디오의 설비들은 삼성의 작은 협력사 제조설비보다 낡고 규모도 작지만 좋은 설비를 갖추고 단순히 제조만 해주는 기업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된다.

시드스튜디오의 에릭에게 10년 후 선전과 그 안에서의 역할을 물었다.

“10년 후 선전은 전 세계 하드웨어의 혁신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것들이 창조되는 하드웨어의 할리우드가 될 것이다. 시드는 거기에 하드웨어의 픽사 같은 회사가 되고 싶다.”
단순한 기능의 하드웨어가 아니라 서비스와 가치의 하드웨어로 진화할 것을 바라고 있으며 이 같은 가치를 만드는 주인공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 최대 드론기업인 DJI도 선전에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것은 단순한 드론이 아니라 드론을 통한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 그리고 재미있는 가치라는 점은 큰 시사점을 준다.

대만 폭스콘의 테리궈 회장을 중심으로 한 ‘선전웨어’란 플랫폼도 본격적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선전의 강점인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더 강한 경쟁력을 만들고 거기에 추가로 피플웨어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해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야망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아시아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것은 물론 이를 중국에 연계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중국은 여전히 실리를 최우선으로 필요한 것들을 베끼고 있다. 이제 그들이 베끼는 것은 제품이나 디자인이 아닌 실리콘밸리를 만든 에코시스템, 할리우드를 만든 플랫폼들을 모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원조를 능가하는 에코시스템과 플랫폼을 만들게 될 지도 모른다.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국의 모방을 비판하는 것 보다 더 시급한 일이다. 선전발 중국의 하드웨어 혁신은 이미 싸워서 이겨야 할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어떻게든 함께 하고 협력해 우리만의 가치를 만들고 중국과 우리나라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 앞으로 10년, ‘하드웨어 헐리우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우리의 전략과 고민이 시급한 것이다.





머니투데이 테크M 기고글
출처: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052811082655543&outlink=1





Sunday, April 05, 2015

사물인터넷: SCAT의 시대가 만드는 새로운 기회와 가치


요즘 여기저기 사물인터넷이 빠지지 않는다. 스타트업들도 사물인터넷을 한다고 하면 더 관심을 받고 정부정책도 온통 사물인터넷 육성을 부르짓는다. 마치 90년대말 닷컴버블이 다시 불어오고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이다. 하나 더 있다면 닷컴 때처럼 본질과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 전부인 양 호도되고 있는 것도 닮은 꼴이다. 

사물인터넷을 이해하기 위해선 연결의 진화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아마존, 야후, 알리바바, 구글, 네이버, 이베이 모두 인터넷이라는 연결이 생기고나서 만들어 진, 그리고 세계 경제의 엄청나게 큰 부분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렇게 연결은 세상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패러다임을 만들어 온 중요한 변화의 핵이다. 이 연결이 애플발 스마트폰으로 인한 모바일인터넷으로의 진화를 한지 이제 막 6년이 지났다. 이 연결의 변화는 기존의 고정된 터미널 중심의 연결의 패러다임을 사람이 연결의 중심으로 변모하게 만들었고 그 변화는 불과 몇년만에 수많은 비즈니스와 앱생태계를 만들어 놓았다. 이 연결이 사물을 연결하는 인터넷으로 또 한번 진화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 지금 사물인터넷의 시대이다.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이 주체이다. 수많은 사물들을 연결하고 데이터를 주고 받게 만들고 그 속에서 수많은 가능성을 만들게 만드는 것이 바로 앞으로 인터넷이 사물인터넷으로 진화하고자 하는 방향이다. 그런데 여기에 연결 될 수많은 사물들은 이제서야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이같이 작고 성숙되지 못했다. 그래서 사물인터넷은 인터넷과 그 곳에 연결되는 사물들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앞으로 10년간 더 촘촘해지고 더 깊어질 연결을 만들어 낼 인터넷과 그 곳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가끔 또는 항상 연결되는 사물들로 나누어 각각이 다르게 진화하면서 하나가 되는 그 과정을 지켜보고 투자하여야 한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사물은 상황을 인지하는 수많은 센서들(Sensors)과 인지된 상황에 따라 반응하게 만들어주는 액추에이터(actuators), 인터넷과 연결 해 줄 유무선 커넥티비티(connectivity), 그리고 최소한의 지능을 가진 프로세서(Processor)로 구성이 된다. 연결이 되기 이전에도 이미 센서와 엑추에이터들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자동문 앞에 서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수도에 손을 데면 자동으로 물이 나오고 핸드드라이어에서는 바람이 나온다. 자동차는 다가가면 불이 켜지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현관등이 켜지고 연기가 감지되면 비상벨을 울리는 것들은 우리가 생소하지 않게 보는 것들이다. 바로 Sense & Actuate시대를 만든 기술의 덕이다. 여기에 연결(Connect)이 더해지면 사물인터넷 시대로의 전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인터넷은 이 연결을 보장하기 위해  Connection을 수용할 능력을 더해가면 진화하여야 하고 길게는 이 연결들이 전달 해 준 수많은 데이터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think)하고 판단하게 되면 비로소 사물인터넷의 핵심가치가 실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포함하는 인프라로써의 연결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 




이 사물인터넷이 실현되는 시대는 SCAT (Sense, Connect, Actuate, and Think)의 시대이며, scat은 재즈에서 그 어원이 온 것과 같이 항상 같게 반복되지않고 상황에 따라 즉홍적이며 가변적인 서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가져오게 만들것이다. 기존의 연결이 인간을 중심으로 비즈니스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정보를 찾고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인간들에게 주었다면 새로운 연결은 상황의 중심에 인간을 서게 하고 그 속에서 주도적으로 개인화되고 다양성이 극대화된 서비스의 가치를 만들게 도와 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사물인터넷 시대의 핵심은 인간 상상력의 극대화이자 실현이며 상황의 중심이 된 인간에게 보다 진화되고 디테일 해 진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Sunday, August 10, 2014

사물인터넷, 연결의 진화가 가져 올 변화와 기회


사물인터넷의 주체는 인터넷이다. 사물들이 연결 될 수 있는 인프라로써의 인터넷이다. 가트너의 10대 전략기술의 트랜드를 보면 2011년 상황인지기반 컴퓨팅과 유비퀴터스 컴퓨팅, 그리고 웨어러블 컴퓨팅이 인프라로써 하나로 통합된 형태가 바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다. 하지만 과거 초기 인터넷의 시기에도 그랬듯이 사물인터넷은 이제 걸음마를 뗀 상태이다. 촘촘하고 깊은 연결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물을 연결 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에 오히려 의미는 모든 것의 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사물인터넷과 함께 주목 할 것이 Software defined anything이다. 원래는 SDN(Software defined network)이나 SDR(Software defined radio)에서 파생된 용어인데 연결의 관점대신 소프트웨어에 의해 재정의되는 수많은 디바이스들에 초점을 맞춘 사물로 다르게 해석을 하고 싶다. 사물인터넷에는 정해진 특정한 목적만을 수행하는 사물들도 연결이 되지만 이렇게 소프트웨어에 의해 다양한 속성을 가지게 되는 사물들의 연결이 큰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사물들이 수많은 버티컬의 영역에서 앞으로 몇년간 사물인터넷의 개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역시 크게는 사물인터넷의 한 영역에 속하며 커넥티드 자동차, 또는 드론들도 사물인터넷에 연결되는 버티컬사물들의 한 축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동인과 가능성

사물인터넷이 미래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두개의 핵심동인은 연결과 감지이다. 센서를 통해 주변을 감지하는 사물, 유저의 제어나 상황에 따라 동작하는 사물, 그리고 두가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사물들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사람과 사람을 둘러 싼 상황을 인지하고 지금까지는 가능하지 않았던 디테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 할 것이다. 현재의 연결은 대부분 필요에 따라 스마트폰을 경유하여 인터넷에 연결이 되어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동작한다. 연결의 미래에는 인터넷에 직접 연결이 되거나 항상 연결이 된 사물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며, 수많은 센서들을 통해 사람은 정보의 중심에서 상황의 중심으로 새로운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연결의 진화방향



1. 웨어러블: 불편의 벽을 넘는 습관과 가치

액티비티 트래커, 구글 글래스, 스마트 워치류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용자관점에서는 그 필요성에 대해 회의가 많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를 착용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다. 안경, 썬글래스, 콘택트렌즈 모두 그것을 착용하지 않을 때와 착용 할 때의 기능적 차이가 명확하다. 보청기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착용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시계는 악세서리의 가치가 훨씬 크다. 시간보는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쉽게 대체제를 찾아 시계를 벗어버렸다. 패션으로서의 가치가 크기때문에 그들은 그 불편한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것이며 차고 있기때문에 시간을 보는 것이다. 대체제가 나타났을 때도 계속 시계를 차고 있었던 덕에 습관이라는 행동패턴이 생긴 소비자들에게는 불편함은 더 이상 인지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신발이나 모자, 옷과 같이 패션과 기능이라는 면에 있어 너무도 확고한 의류(wear 웨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가치이다. 여기서 웨어와 웨어러블의 차이는 본질적인 속성의 차이이다. 이미 입고있는 웨어와 입거나 찰 수 있는 웨어러블은 인간에게 있어 수천년의 역사속에서 만들어진 습관을 극복 할 가치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웨어러블은 그래서 거부하지 않는 소비자에 집중해야 한다. 거부하지 않는 소비자란, 불편함을 참아야 할 니즈를 가지고 있거나, 이미 사용하고 있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안경을 착용하고 있거나, 시계를 차고 있는 소비자는 이미 웨어러블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기능과 디자인, 그리고 가치에 집중해야 하며 웨어러블이 포스트스마트폰이 될 거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스마트폰은 인간을 정보의 중심으로 만들어 준 컴퓨터의 속성이 본질이기에 웨어러블은 사람과의 인터페이스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컴퓨터를 담을 수 있는 미래가 오겠지만 그전까지는 인터페이스가 가장 중요한 본질로 소구될 것이다.

두번째 거부하지 않는 소비자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할 수 없지만 많은 케어가 필요한 유아와 건강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할 중증환자와 실버세대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타인의 케어가 필요한 대상들이며 특별한 목적과 기능을 가진 웨어러블이 적용되어야 할 주요 소비자이다. 이들은 불편함을 참아가면서 케어 해야 할 니즈가 있고 시대의 변화는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켜 줄 기술을 가능하게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큰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연계 서비스까지도 적극적으로 수용 할 대상이다.  

또 하나의 소비자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소비자들이다. 반려동물 역시 타인의 케어와 관심이 필요하며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대상이다. 웨어러블을 선택하는 대상과 사용하는 대상이 다른 경우인데, 반려동물 역시 불편함을 거부하는 의사표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소유자에게 가치가 있다면 잠재성이 큰 시장으로 성장 할 것이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반려동물과 소유자가 인터랙션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웨어러블과 함께 다양한 서비스들이 바인딩될 것이며 사물인터넷이 케어인터넷으로 진화하는 그 시작점이 될 것이다. 




2.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만드는 롱테일의 극대화

사물인터넷의 진화와 함께 수많은 사물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단히 유용하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사물에서부터 지극히 단순한 기능을 가진 제품들까지 그 영역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사물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확산에 따라 사람들이 손쉽게 원하는 사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메이커들의 저변 확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웹기반 공개 툴들과 3D프린터,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들은 프로토타이핑과 개발의 모든 영역에서 메이커들에게 새로운 힘을 주기 시작했다. 여기에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모바일 컴퓨터 생태계가 만들어져 연결과 제어의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앱과 모바일 웹을 통해 사물에 쉽게 연결되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일정시간마다 사진을 찍거나 위치를 기록하는 단순한 라이프로깅 디바이스에서 부터 사용자의 의도에 의해 적극적으로 순간을 저장하거나 정보를 캡쳐하는 사물까지, 사용자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트래킹하는 액티비티 트래커에서 부터 주변의 작은 변화가 감지되는 순간만을 로깅하는 사물까지, 실내외에서 사용자의 위치에 따라 사용자 프로파일 기반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사물, 에너지와 조명에 연결된 사물, 건강과 의료의 기능을 가진 사물, 농작물이 자라는 곳의 일조량, 수분, 주변의 상황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사물, 제조와 물류의 효율개선을 만드는 사물로 부터 커넥티드카와 서비스로봇같은 스마트 디바이스까지 총망라하는 제한할 수 없는 범위에서 우리는 다양한 사물과 만나게 될 것이다. 하드웨어의 관점에서 대량생산의 혜택을 누리는 제품들은 점점 줄어들고 다품종 소량생산이 모든 영역에 걸쳐 보편화되는 시대의 변화가 가속 될 것이다. 이는 개인화, 디테일의 가치 상승, 개성추구의 욕구, 재미와 여가의 욕구 증대와 맞물려 대량생산 산업시대이후 새로운 개인 가치 추구의 시대를 개화하게 만들 것이다. 

특별한 기능이 없어보이는 사물들, 나한테 쓸모없어 보이는 기능을 가진 사물들, 아주 단순한 기능을 가진 사물들이 끊임없이 시장에 나와 컨텐츠와 소프트웨어의 롱테일에 이어 하드웨어까지도 롱테일의 영역에 동참하게 만들 것이다. 이 변화는 제품의 개발시간이 길고 대량생산을 해 온 대기업들에게는 위기의 변화이나 동시에 빠른 연구개발과 소량생산이 가능한 작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에게는 엄청난 가능성의 변화이기도 하다. 스티븐 J. 굴드가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이다’라고 이야기 했듯이, 이제는 패쇄형 혁신보다는 오픈콜라보레이션을, 경쟁보다는 공존을, 통일보다는 다양성의 추구를 통해 사물인터넷의 시대를 대응할 전략이 필요하다. 




3. 새로운 시장: 미인지영역의 발견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들이 있다. 사람이기에 당연한 일이며 우린 다양한 기술들을 이용하여 인지의 부족분을 보완 해 왔다. 사람이 인지할 수 있으면서 센서로 감지할 수 있는 영역을 가시영역이라 하면 센서로는 감지할 수 없는 영역도 있는데 이 곳을 직관의 영역이라 구분할 수 있다. 즉 사람은 느낄 수 있지만 센서로 측정이 되는 않는 영역이다. 반면에 사람은 인지할 수 없으나 센서들은 감지할 수 있는 데이터 영역이 있다. 밤에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적외선센서로는 감지가 되고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초음파센서로는 감지가 되는 것들이 이 영역에 속한다. 이 영역의 데이터를 사람들이 인지 할 수 있는 서비스나 포맷으로 변환을 하면 가시영역으로 이동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면서 센서로 감지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미인지 영역의 발견




센서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사물들에 연결이 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영역을 인지하게 되는 가능성을 열고 있다. 개인들이 측정하지 못했던 의료의 분야에서 심전도(ECG), 혈당, 맥박, 뇌파(EEG), 스트레스, 산소포화도, 혈압등을 감지 할 수 있는 센서들이 정밀해지고 저렴해지면서 사물에 연결이 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만이 제공해 줄 수 있었던 개인들의 미감지 영역의 데이터들이 개인의 가시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는 개인들에게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를 만들어 주는 기회로 연결되고 있으며 바이오센서, 단백질센서, 후각센서, 카메라비전과 융합이 되면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연계성을 열어주고 있다.

살면서 대략 1/3정도의 시간을 소비하는 수면의 영역도 좋은 예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잠을 자지만 잠을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인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코를 고는지, 이를 가는지, 잠을 푹자는지 뒤척이는지, 꿈을 꾸는지 심리적인 안정은 취하는지 전혀 감지도 되고 있지 않다. 이 영역이 앞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다양한 사물들에 의해 감지 될 잠재시장이 될 수 있다. 사물들은 과거의 미지의 영역에 있던 사람들의 수면 패턴을 감지하고 감지된 패턴들은 데이터의 영역으로 올라오고 그 영역의 데이터에 가치를 연결한 서비스를 연동하면 엄청난 시장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에 가치를 연동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존에 연결되지 않았던 데이터들을 연결해야 하는데 예를들어 나이키퓨얼밴드를 보자. 하루에 3만보를 매일 뛴다면 우리의 상식에선 건강이 유지되고 몸무게가 줄거나 유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린 그동안 몸무게와 건강을 데이터의 관점에서 함께 보지 않았다. 여기에 와이파이에 연결된 저울의 데이터가 연동되면 운동을 하지만 늘어나는 몸무게를 가진 사람과 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줄어드는 몸무게를 가진 사람들을 인지하게 된다. 과거의 상식에선 발견될 수 없는 대상이다. 여기에 하피포크같이 음식을 빨리 먹는지 천천히 먹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먹는 지 알수 있는 사물의 데이터가 연결이 되고 베딧같이 숙면을 취하는지 잠을 설치는지 감지하는 사물이 연결이 되면 운동을 해도 몸무게가 느는 원인이 급하게 먹는 식습관에 있고, 운동을 하지 않아도 몸무게가 줄어드는 이유가 수면패턴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사물의 연결에 있어 본질은 사물들이 감지 해 내는 데이터들의 연결에 있는 것이며 이 연결의 조합의 미지의 영역에서 감지된 데이터들에 생명과 가치를 불어 넣어주는 핵심가치인 것이다. Quantified self의 영역을 비롯하여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저 미지의 영역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다양한 센서들이 사물들을 통해 빅데이터들을 감지하고 연결을 통해 그 데이터들간의 숨겨진 연관성을 인지하게 된다면 우리에겐 가치를 만들어 낼 엄청난 가능성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Tuesday, September 10, 2013

세상의 모든것들이 연결되는 날 Internet of Things all connected



인류의 긴 역사에 있어 기술에 의한 실시간 연결은 아주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1837년, 모르스의 전신을 통해 메세지를 전송하기 시작했고 1876년 벨의 전화를 통해 음성을 전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유선을 통해서이기 때문에 거리적인, 시간적인 제약은 존재했다. 189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르코니가 무선전신을 통해 바다위에 떠 있는 배에 메세지를 보낼 수 있었고 그 것보다 한참뒤인 1933년에 비로소 암스트롱의 FM변조 기술이 전세계에 라디오 수신이 가능한 브로드캐스팅 시대를 열었다. 인류는 이 전파에 음성과 영상을 실었고 새로운 미디어의 시대를 주도한 급격한 발전이 함께 이루어졌다. 사람들의 계급과 가치관, 그리고 삶의 방식이 바뀌었고 수많은 것들이 생존하지 못해 도태하고 사멸했다. 정보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번에 전달하게 만든 이 연결은 동시에 많은 것들을 새로 탄생시키고 가치를 더해 갔다. 정보유통의 중심에 있는 것들에 거대 권력이 주어지고 수많은 연결의 파생을 만들었다. 

1969년은 또 다른 연결의 불꽃이 당겨졌다. 바로 ARPANET의 시작이다. 1990년대, 상업 인터넷의 시대가 열리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유기적인 생명을 가진 인터넷이 탄생을 했고 공간과 시간의 인지간격을 사라지게 하면서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를 하고 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아날로그 셀룰러가 탄생하여 사람들이 무선으로 언제 어디서나 서로 통화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주었고 2001년 3세대 이동통신을 통해 무선 디지털 통신으로 변모를 하면서 진정한 모바일통신의 시대를 열었다. 이 때의 연결은 유선과 무선 각각에 양방향으로 정보와 음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주면서 개개인들에게 분산된 힘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정보를 소유하고 있지 않아도 억세스 할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경우, 그 연결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되었다. 

2007년에는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손에 컴퓨터들이 들려 이동하기 시작했다. 무선 음성통화와 유선 인터넷 두줄기로 나눠져 있던 채널을 하나의 디바이스를 통해 거쳐 가게 만들면서 서비스통합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시간과 위치가 개개인을 중심으로 초분산되었다. 2010년경 4세대 이동통신이 인프라를 대체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음성과 데이터통신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어 단지 속도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유무선에 상관없이 수많은 노드와 노드로 연결되는 새로운 연결의 장이 열림과 함께 이제는 상시 연결의 시대가 시작된다. 필요에 따라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늘 접속이 되어 있어 쉴 틈 없이 서로  무언가를 주고 받는 진정한 접속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연결을 바탕으로 2010년 전후에 사람들은 아주 깊고 복잡한 관계망에의 연결을 가속화하게 되고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이어주던 인터넷은 사물들의 연결을 폭발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여러가지 기술적인 티핑포인트에 도달하면서 이제는 바야흐로 수많은 사물간의 연결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Internet of Things라고 이야기하는 사물인터넷의 트랜드가 바로 이 변화를 이야기 해 주는 것이다. 이제 이 연결은 그 어느때보다 복잡하고 다양하며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는 유기체가 되었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연결의 상호작용은 새로운 초연결가치 시대의 역사적인 문을 열려고 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의 기원: 센서네트워크로부터 유비퀴터스 컴퓨팅까지

1966년,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의 개념 중 하나인 '웨어러블 컴퓨팅'에 대한 연구가 MIT에서 시작된다. 유비퀴터스 컴퓨팅은 언제 어디에서든 컴퓨팅 리소스에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미래인터넷의 핵심 컨셉인데 이 중 한 분야가 웨어러블 컴퓨팅이었다. 웨어러블 컴퓨팅의 핵심은 입는 것이 아니라 항상 사람의 곁에 함께 한다는 것에 있었으나 당시는 기술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부족한 시기였다. 하지만 1988년이 되면서 이 분야에 본격적인 물꼬를 트는 사상적 연구가 만들어지는데 바로 제록스의 팰러앨토 연구소의 마크 와이저가 발표한 세 편의 논문을 통해서이다. 마크와이저는 이 논문들을 통해  유비쿼터스컴퓨팅의 기본적인 철학과 개념을 제안하는데 20년후 폭발 할 기술적 트랜드의 맥을 통찰력있게 예측한다. 우리는 이 핵심적인 철학과 개념을 통해 초연결가치의 시대에 있어 나타나는 기술적이고 사회적인 변화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다. 

유비퀴터스 컴퓨팅의 철학적 개념
1) 사라지는 컴퓨팅 (Disappearing computing): 일상의 사물들과 컴퓨터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컴퓨터의 입장에서는 사물의 특성이, 사물의 입장에서는 컴퓨터의 특성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컴퓨팅 기능이 없던 일상적인 사물에 지능이 생긴다는 관점에서 사물인터넷을 구성하는 사물들의 속성과 동일하다. 수많은 사물들중 한두가지의 예를 들자면, 화분이 수분의 양과 일조량을 센싱하여 물이 필요한 경우 호출을 하거나 컵이 GPS를 내장해 단말기로 컵의 위치 정보를 보내거나, 온도에 따라 컵의 색이 변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2) 보이지 않는 컴퓨팅 (Invisible computing): 보이지 않는다는 개념은 물리적으로 이용가능한 컴퓨팅 리소스들이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 얼마만큼 관여하는 지 사용자에게 인지되지 않지만 마치 기존 컴퓨터의 능력 일부로 사용이 되면서 사용자의 사용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저변이 확대되는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스토리지들이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컴퓨팅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며 연결성을 바탕으로 이 리소스들을 활용하면서 사물인터넷이 비로소 제대로 동작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게 되는 매우 중요한 철학이다. 

3) 무의식적 컴퓨팅 (Calm computing): 무의식적 컴퓨팅은 인간의 지각과 인지 능력에 대한 개념이다. 인간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기 위해 인터페이스가 필요하고 이 인터페이스를 통해 필요에 따른 적극적인 인터랙션을 통해 원하는 동작을 하는 것이 기존의 컴퓨팅이었다고 하면 이 개념은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사람과 인터랙션하면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 인간이 어떻게 컴퓨터의 정보 환경과 상호 작용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중요한 개념이며 이 것 역시 최근 사물인터넷이 가지는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예측한 핵심적인 철학이다.

유비퀴터스 컴퓨팅의 철학적 개념에 더해 이를 실체화하는데 있어 중요한 4가지 물리적 개념 역시 마크와이저에 의해 제안이 되는데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사물인터넷이 가져야 할 물리적 속성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1) 끊김없는 연결 (Seamless Connectivity) : 아이폰의 출현 이후 가속화된 연결의 행태이며 항상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가치를 이야기 한다. 상시연결과 필요에 따라 연결되는 요구연결 두가지가 이 개념에 포함이 되는데 양측에서 어디에서든 필요한 경우 연결이 항상 유효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물인터넷의 멀리않은 미래에 모든 사물들이 네트워크에끊기지 않고 항상 연결되어 있게 되면 이로 인해 초연결의 가치가 완성이 될 수 있다.

2) 사용자중심 인터페이스 (User Centered Interface): 모든 컴퓨터의 인터페이스에 있어 궁극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 바로 사용자 중심의 인터랙션이다. 일반적인 사용자도 기기 사용이나 접속에 있어 어려움이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바로 사용자 중심 인터페이스이며 트루모바일의 시대에 있어 인터페이스의 중심은 항상 움직이는 사람들이 되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사람 중심으로 접근되어져야 하고 만들어 져야 한다. 사물인터넷에 있어서도 사물들은 이 세상 모든 곳에 흩어져 있더라도 그 존재의 핵심은 사람을 중심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3) 스마트한 사물들 (Smart Things) : 컴퓨터의 가상공간내에서 수많은 스마트 에이전트들이 활동을 한다면 사실 현실에서는 물리적인 컴퓨터가 이를 담아내고 접속을 만들어 주는 역할 만을 수행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현재에 와서는 그 구성요소들 하나하나가 다 이런 스마트한 사물들이 되어 어디서나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접속하고 또는 인지하지 못한 생태에서 인터랙션이 일어나는 것들이 가능해지고 있다. 마크와이저는 바로 이 물리적인 환경에서 분산되어 스마트한 역할을 하는 컴퓨터들의 존재를 조건으로 이야기 했다.  

4) 의미론적 상황인지 동작 (Semantic Context awareness): 유비퀴터스 컴퓨팅에 있어 가장 많은 연구가 진행된 영역이 바로 상황인지의 분야인데 핵심은 사용자가 속해있는 상황에 따라 능동적이고 가변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사용자가 접해있는 현재의 장소, 디바이스, 시간, 온도, 날씨, 목적에 따라 같은 행위라 할지라도 각각이 다르지만 적절한 인터랙션을 제공해 주는 것이 목적인데 여기에 하나 더해 의미론적인 부분이 더 강조되어 드러나지 않는 속성을 파악 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센서네트워크는 무선환경에서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결되어 있는 망을 통해 그 데이터를 센터로 송부하여 분석하는 네트워크로 1990년대말에 무선네트워크의 응용으로 연구되었고 요즘은 검침이나 계량쪽 분야에 널리 이용이 되고 있는 분야이다. 유비퀴터스 컴퓨팅과 센서네트워크가 같이 거론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물인터넷이 만드는 새로운 가능성이 실생활에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이 될 수 있는 센서네트워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트너(2011)는 제공정보와 사물반응의 관점에서 이것을 3x3 매트릭스로 분류를 하였는데 이는 사물이 수동적이냐, 반응적이냐, 지능적이냐 하는 3가지 분류와 정보를 제공하느냐, 상황인지를 수반하는냐에 따라 3가지 분류가 결합되어 이를 통해 사물인터넷의 속성을 구분해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센서네트워크는 수동적, 정보제공의 속성을 띄고 있고 현재 가장 많은 확산을 이루고 있는 사물인터넷의 영역은 반응적으로 정보를 제공 또는 미제공하는 형태의 것들이다.


사물인터넷의 시장과 전망

현재 전세계 1.5조개의 단말중에 인터넷에 연결된 것은 100억대수준이며 99%이상이 아직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시스코는 향후 2020년이후 사물인터넷의 경제적 가치를 14조 4천만불이라는 엄청난 규모로 보고 있다. 클라우드, 모바일, 소셜네트워크, 빅데이터등의 복합적인 발전이 이 시장을 계속 견인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재물관리에 2조5000만불, 고용관리에 2조5000만불, 공급망관리 2조7000만불, 고객서비스에 3조7000만불, 서비스혁신에 3조불 규모로 응용이 될 것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국내 시장만해도 2013년 2조 2800억규모에서 2022년 22조 8200억원 규모로 10배이상 성장 할 잠재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디바이스시장이 45%, 서비스와 응용앱시장이 33%로 다양한 분야의 창조와 융합을 견인하게 될 중요한 시장이 형성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사물인터넷의 시장가치를 크게 보는 긍정적인 시각들이 많다보니 각국에서, 수많은 회사들이 사물인터넷 분야를 선점하고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나 사물인터넷에서 사물들은 기존의 인터넷 앱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새로운 것들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적 요소와 역할을 만들어 내고 또 필요로 하며, 에코시스템에서 새로운 비지니스모델과 가치를 소구해내고 있다. 

가트너가 해마다 발표하고 있는 신규로 부상하고 있는 이머징기술들의 Hype Cycle에 따르면, 작년까지는 Internet of Things가 처음으로 부각이 되기 시작했다면, 2013년부터는 사물인터넷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연관분야들이 대거 편입이 되었다는 것에 주목을 하여야 한다. 


가트너 Hype Cycle of Emerging technologies, 2013

















사물인터넷 시장에서의 에코시스템은 기술적인 부문만이 아니라 경제적, 산업적, 인지적관점에서 다양하게 진행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나 기존에 연결성을 가지지 못했던 모든 분야에 연결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파괴적인 혁신을 수반 할 수 있다는 점에 시장의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에코시스템과 비지니스모델, 플랫폼, 표준화 등이 함께 초기부터 고려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리더는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라 산업의 역동성은 사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간주해도 무방하다.




사물인터넷의 기술과 전망

가트너의 Internet of Things의 Hype Cycle에 따르면, 사물인터넷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후에 안정적인 성장단계로 접어 들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의 성장과 발전을 견인하게 될 기반 기술들은 이미 표면화가 되어 있고 인프라들도 계속 안정적인 확산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시장과 접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술들도 지속적인 영향권안에서 발전을 할 것으로 전망이 된다. 주목해야 할 기술적인 트랜드들은 모바일 건강관리, 자동차 통신 인프라, 스마트 섬유, 저전력기술, 복합센서기술, 지능사물관련 기술들이며 기존의 제품들이나 서비스에 융복합되어 시장에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기술 자체만을 따로 분리 해 보기 보다는 서비스 융합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트너 Hype Cycle of the Internet of things, 2012
















사물인터넷의 정의는 1999년 Kevin Ashton에 의해 제안 된 것이 처음인데 현재 위키에는 유니크하게 인식이 가능하고 인터넷과 유사하게 가상 접근이 가능한 것이라 정의가 되어 있다.- ‘The Internet of Things refers to uniquely identifiable objects and their virtual representations in an Internet-like structure.’ [5] 사물인터넷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함께 주목 해야 할 두가지 기술적인 부분이 있는데 첫번째는 T2T/T2P(Thing to Thing/Thing to People)의 구현에 있어 앞서 언급한 유니크한 상호인식을 가능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IPv6와 두번째는 이런 다양한 사물인터넷의 디바이스를 구성하게 될 6가지 하드웨어관련 기술 요소들이다.

(1) IPv6
IPv6가 표면화된지는 10년이 넘었고 실제로 디바이스들에 적용되고 IPv4로부터의 전환과 공존이 시작된 것도 몇년이 지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최종 사용자들에게 인지되어야 할 이유가 없는 Transparent 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사물들이 서로 유니크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서로 인지가 가능하기 위해선 P2P의 철학이 실현이 되어야 하는데 바로 이 IPv6가 이 부분을 완전하게 완성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10년간 IPv6를 기반으로 한 무선센서네트워크의 성공여부야 말로 사물인터넷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오랫동안 많은 노력과 투자가 수반이 되어 온 분야이지만 상용화의 방향에서 이제야 말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산업의 변화와 맞닥뜨려져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 연결되는 어디에서든 인지가 가능하고 접근이 가능 한 사물들과 그것을 이용하는 서비스와 가치 창출이 바로 이 분야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가져 올 핵심요소임이 분명하다.

기존의 IPv4의 경우 232 = 4,294,967,296 (43억개)의 주소를 가지고 있어 500억개의 사물이 연결되는 2020년을 대응 할 수가 없었지만 IPv6은 2128 = 3.4x1038 
= 340,282,366,920,938,463,463,374,607,431,768,211,456개의 셀수도 없을 만큼의 유니크한 주소의 갯수를 가지기 때문에 세상 모든 사물에 유니크한 아이디를 부여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IPv6 냐 IPv4냐를 떠나 다양한 사물들의 접근성과 활용성이 인터넷을 통해 쉽게 이루어질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IPv6가 대중화 되기 위한 본격적인 조건이라 볼 수 있다. 

(2) 6대 하드웨어 기술이라 함은 진정한 모바일 시대로 접어 들 수 있게 만든 핵심 기술을 의미하는데 모바일 인터넷, 스마트폰, 사물인터넷등의 티핑포인트를 만들 필요요소들이다. 이 6가지의 기술적 완성도가 일정 수준에 이렀을때 그 다음 단계로의 전이와 발전이 이루어질텐데 그런 이유로 항상 주목하고 관심 가져야 할 것들이다. 
     
첫번째 AP(Application Processor)이다.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CPU를 범용보다 조금 더 특정한 용도에 특화시킨 모바일디바이스에 있어 핵심 기술이다. 저전력을 기반으로 한 최적화된 성능이 핵심이며 과거 컴퓨터 시장을 주도 해 온 인텔을 제치고 모바일에서 ARM이 시장의 90%이상을 점유 할 수 있었던 분야이다. 모바일디바이스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멀티미디어를 재생하고 다양한 앱을 구동시키며 인터넷을 드나들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모마일 AP의 발전이 사용성의 티핑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인터넷에 연결 될 사물들 자체에 디스플레이들이 없을 수 도 있으나 핵심은 그 사물에 접근하고 인터랙션 할 수 있는 원격의 디스플레이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수많은 앱과 데이터에 접근하는 걸 넘어 이제는 수많은 사물과 센서들에 억세스를 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신규 서비스들과 사물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웨어러블이나 정보기반의 디바이스들이 가진 디스플레이들은 더 섬세하고 미려해지며 구부러지고 접히고 얇아지면서 세상의 수많은 것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창들이 생겨 날 것이다. 

세번째, 커넥티비티, 바로 연결성이다. 과거에는 비싸서, 연결이 어려워서, 느려서, 복잡해서 마음껏 가질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연결성인데 이제는 유무선 모두 정액제로 무제한 접근을 하고 항상 연결되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완전히 열려버렸다. 사람들이 연결하는 것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면서 이제 이 상시 연결을 통해 만들어 낼 가치는 사람의 상상으로 재단 할 수 있는 범위를 벋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일수도 있다.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트를 올리고 내리고 소셜네트워크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아무곳에서나 고화질 영상과 음악을 플레이 하는 것, 이것은 연결의 비용이 사실상 0이기 때문에 가능한 때가 된것이다. 

네번째, 물리적, 논리적 메모리이다. 그동안은 저장공간의 비용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저장에 대해 여러가지 제약이 존재 했고 이 빈틈을 메꿔주는 많은 제품들과 서비스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제 모바일 디바이스들이 가진 물리적 메모리들은 고속, 저전력 공간으로 움직이는 노마드들이 불편하지 않게 많은 데이터들을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만들었으며 인터넷 저편에 클라우드들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데이터를 공유하고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연결의 비용도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메모리의 위치가 어디냐는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게 되어 가고 있다. 사물인터넷도 이 물리적, 논리적 메모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액티비티들을 수행 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엄청난 데이터를 쉬지않고 수집하여 보내 주는 역할도 쉽게 처리 할 수 있게 되고 있다.

다섯번째는 바로 센서이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센서들이 상황을 인지하기 위한 수집작용을 수행하고 있다. 수집된 정보는 빅데이터라고도 물리고 상황인지데이터라고도 불리우며 클라우드를 통해 처리되고 분석된 결과는 무언가 사용자와 자연스런 인터랙션을 하기 위해 활용이 된다. 간단한 예인 만보계 같은 것을 만드는 가속도센서에서부터 GPS, 모션제스처, 음성인식, 조도, 지자계, 자이로, 온도, 습도, 터치, 카메라, 초음파 센서등 우린 이미 센서에 둘러쌓여 있다. 현재는 주로 스마트폰에 설치되어 있는 센서들이 상황인지의 허브였다면 이제 그 기능이 사물인터넷의 영역으로 무한 확장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은 바로 배터리이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확산에 있어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였다. 얼마나 이동환경에서 살아 움직일 수 있느냐가 진정한 모바일의 시대로 가속화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으며 향후 배터리의 발전속도가 사물인터넷의 큰 흐름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더불어 여기에서 크게 센서의 영역에 포함시킨 유저인터페이스도 추가로 한가지를 더 꼽으라면 중요한 기술적 요소가 될 수 있는데 물리적인 센서의 데이터를 1차 가공하여 인터랙션의 경험환경으로 올린 것이라 사용자 중심의 사물인터넷 환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하드웨어적인 관점보다는 상위 레벨로 올라가고 있어 6가지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진정한 모바일의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가 가지게 되는 또 하나의 미래의 모습은 바로 모든 것들이 연결되는 세상이다. 2020년이 되면 500억개가 넘는 디바이스들이 인터넷에 연결이 된다. 이는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람들의 수보다 9배나 많은 수이며 이 500억개의 디바이스들이 서로 수많은 데이터들을 주고 받으며 새로운 가치의 패러다임이 탄생한다.

500억개의 디바이스들은 수많은 센서들을 이용하여 정보를 생성하고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이 정보들을 인터넷에 쏟아낸다. 기후, 온도, 기상상황, 오염도같은 환경적인 데이터를 생성해내는 디바이스들과 사람들의 주변에서 상황인지 데이터를 취합하여 최적의 반응성을 만들어 주는 디바이스들, 그리고 CCTV, 교통, 범죄, 사람과 상품의 흐름등의 사회적인 데이터들을 생성해 주는 디바이스들까지 모든 것들이 연결된 시대에서 우리는 스마트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통신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고 사회적인프라의 관점에서 이 연결됨은 스마트시티를 운영하는 OS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계속 진화 할 것이다. 결국 궁극적인 모습은 지능적인 인터넷이 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지능적인 사물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기에 역할 분담과 비중은 정해지겠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곳에 있는 사물들이야 말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극도로 스마트하고 지능적 일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바로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의 영역에서 지능적인 판단을 하여야 하는 것이며 사물들은 충분히 센싱하고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하는 존재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가 올 미래에 얼마만큼의 변화와 충격을 수반하게 될 지는 모르지만 그 크기와 가치는 분명히 클 거라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연결되는 날을 상상하며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들이 서로 연결된다면? 거리에 다니는 모든 자동차들이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 받고 스마트한 상호작용을 한다면?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노트가 서로 연결되고 노트에 있는 내용들이 서로 관계를 가지게 되고 그것을 인지 할 수 있게 된다면? 박물관 작품들과 사람이 연결되고 동물원, 식물원, 갤러리, 수목원 나무들과 서로 연결되고 매일 먹는 음식들과 나의 건강이 연결된다면 정말 생각하지도 못 했던 일들이 일어 날 것이다. 가전제품들이 연결되고 스마트스탠드, 스마트옷걸이, 스마트쓰레기통, 스마트식탁, 스마트 의자들이 나타나고  세상의 수많은 것들이 일종의 지능과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가상 생명이라 불러야 할 날도 올 것이다. 

교육, 헬스, 금융, 제조, 유통, 공공서비스, 환경, 자연, 농수산업, 예술, 에너지, 주거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들과 함께 연결되어 인터랙션하는 스마트 사물들에 둘러 쌓인 미래가 올 것이다. 그 미래가 온전히 행복하고 가치가 있으려면 여전히 그것들의 주체는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초연결의 시대에서 사물인터넷이 만들어 낼 그 가능성과 미래를 간절히 기대 해 본다.






Thursday, May 16, 2013

2020년을 지배할 10가지 유망 기술


1. 3D 프린팅
2. 라이프케어 서비스 로봇/근력지원 로봇 슈트
3. 무선 전력
4. Internet of Things
5. 태양광 마이크로 그리드
6. 새로운 공간의 탄생: 증강현실
7. 생체전력/생체신호 인터페이스
8. 대화형 자연어 처리 기술
9. 초고속 유전체 해독기술/맞춤 유전자 분석
10. 공간디스플레이와 NUX(Natural User Experience)

기술의 발전은 실생활에 선행한다. 그러나 진화된 기술은 완만한 수용곡선을 따라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기 술의 변화를 느끼는 일은 드물다. 현실에서 우리는 변 화의 추이에 민감하지 않다. 요즘 우리가 손바닥 위나 호주머니 속에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1969년 미국항공우주국이 인간을 달에 보낼때 사용했던 정도의 컴퓨팅 파워를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스마트폰 이라는 것이 아주 오래전 부터 있어 온 것처럼 태연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시간의 트랩에 빠진 사람이 10년이나 20년을 앞질러 미래에 도착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간의 단절로 인해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화 돼 있음을 느끼고 기술이 만들어 낸 여러가지 변화를 경이롭게 바라봐야 할 것이다.

사회학자 게르하르트 슐체는 미래의 새로운 모습들은 과거에 있었던 것들의 재조합일 뿐이라고 ‘가장 좋은 세상’에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재조합의 양상과 다양성은 상상의 크기만큼이나 거대하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경제 산업 구조와 라이프스타일에도 많은 변화들이 생긴다. 증기기관의 발명이 농경사회를 산업사회로 견인했고, 트랜지스터의 발명이 정보사 회로, 인터넷의 탄생이 그 다음 지식기반의 사회로 끊임없는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식기반의 사회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구체화되고 변모될지 예측해보는 일은 커다란 담론을 끌어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우선 미래 변화의 동인(動因)이 될 ‘메가트렌드’가 무엇인지 짚어보자. 그리고 트렌드에 따라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2020년에는 어떤 기술들이 우리의 하루를 지배 할 지 예측해본다.

2020 메가 트렌드

1. 저출산과 고령화가 유발하는 인구 구조의 변화
2. 대기온난화와 같은 기후문제와 환경문제
3. 화석연료의 고갈, 식량과 물 부족, 신재생에너지같은 자원의 가치변동
4. 신자유주의가 쇠퇴하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야기되는 국제 정세와 체제의 변화
5. 소셜네트워크와 모바일을 통해 분출되는 사회적욕망이 만들어 내는 네트워크 사회의 진화

이상의 다섯가지는 현재 사회의 변화 양상에서 추측 해 볼 수 있는 2020년의 트렌드다. 인구 구조의 변화와 사회적 욕망의 진화는 인간의 삶을 연장하고 가치를 극대화하고 싶은 의지로 이어진다. 이는 바이오/의료분야와 여러 가지 융합기술의 발전을 가속시킬 것이 다. 또한 환경문제와 자원의 가치 변동이 함께 부각되 면서 에너지와 환경 관련 분야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 이다.또 IT서비스와 콘텐츠가 서로 연결 돼 가치가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온·오프라인의 공간융합이 진행 되고 그 위에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데이터들이 본격 적으로 결합될 것이다.

이런 트렌드들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혁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2020년을 지배할 유망기술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물론 셀 수없이 많은 기술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 내겠지만 여기에서는 특별히 우리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기술들을 골라 소개한다. 특히 개인화, 융합, 스마트이라는 키워드를 지향하는 10가지 유망기술들을 선정했다. 


1.오직 나만의 것들이 만들어지는 세상: 3D 프린팅

2020년 어느날. 필자는 집에서 쓸 거실등을 만들기 위해 앱스토어에서 몇가지 부품과 케이스도면을 다운로드 받는다. 이를 시뮬레이터에 넣고 가상으로 조립을 하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동작도 시켜본다. 부품의 사이즈가 맞지 않아 정확하게 원하는 크기로 바로 수정한다음프린트버튼을누른다.10분후,3D프린 터에서는 실제 3D 프로토타입이 완성된다. 맘에 드 는 문구도 추가해 친구들에게 전송하고 다른 사람들 을 위해서 앱스토어에도 등록한다. 3D프린터가 가정 마다한대씩보급돼있고컬러레진카트리지의가격 이 많이 저렴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는 사람들 이 마트에서 공산품을 구매하는 대신 나만의 제품들 을 직접 출력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들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블록 장난감 회사인 레고(Lego)는 일반형 레고 블록의 오프라인 매장 판매량보다 개인화된 주문형 레고 판매량이 앞 선 이후 아예 인터넷에 오픈마켓을 연다. 그곳에서 사 용자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업로드하는 수만 종류의 레고 블록을 사용자 7: 회사 3의 수익모델로 판매하기 시작한다.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도 높아서 합성수지 계열의레진대신친환경레진이나재활용레진카트 리지 제품들이 대세를 이룬다.

이스라엘의 한 회사에서는 도전성 배선을 함께 프린 팅할 수 있는 고급형 3D프린터의 발매를 개시했다. 내부에 전기가 흐를 수 있게 설계 돼 불이 들어오거나 전기적 동작이 가능한 복잡한 형태의 프로토타입도 쉽게 프린팅 할 수 있다. 초소형 마이크로 프로토타입을 출력할 수 있는 초정밀 3D 프린터가 출시 돼 고가지만 정밀제품이 필요한 기업들이 구비하기 시작했다. 또 3D프린터로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 출현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한정수량만 출력할 수 있는 다운 로드형 작품을 판매한다.

가상의 시나리오이지만 이렇듯 3D프린터의 보급은 대량생산 체계의 산업사회가 가진 가치를 완전히 무 너뜨리고 개성과 다양성이 극대화되는 신경제의 도래를 요구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이제 소유보다는 ‘다름’과 ‘공감’에 방점이 찍힌다.언제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꼭 원하는 것만 가지게 되는 선택적 풍족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3D 프린팅은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시장 규모가 향후 3년동안 2배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재나 자동차 부품, 시제품제작등에 주로 응용이 되겠지만 장기, 혈관, 뼈, 임플란트, 보청기와 같은 의료 목적으로도 이용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CAD 설계 툴,시뮬레이터,렌더링툴등의 지원산업도 동반성장할 것이다. 현재 이 산업에는 Stratasys(Objet합 병), Delabots, Adafruit, ThingLab, Makerbot Industries 등 많은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3D 프린팅 방식을 개발해 경쟁하고 있다.

한국도 캐리마, 로킷 등 몇몇 중소기업이 이 분야에 진출해 있기는 하나 국가 전반적으로 원천기술이나 소재응용 쪽에 투자와 연구개발이 미약한 편이라 경쟁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대기업과 정부의 투자, 기술중심 대학원 랩들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총기 제작이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범국가적인 협의와 준비도 필요하다. 통제받지 않는 소규모 제조가 가능해지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2.외롭지 않은 사람들:
라이프케어 서비스 로봇/근력지원 로봇 슈트

초고령화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1인 가구가 늘어나 면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버인구들을 위한 라이프케어(돌보미) 서비스 로봇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다. 가사를 보조하는 로봇에서부터 정신적인 교감을 하고 관심을 보여주는 감정적 로봇까지 다양 한 형태의 로봇들이 나타난다. 서비스로봇은 자율주 행이가능하고카메라와센서를통해주변상황을인 지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돕거나 위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집안일들을 수행한다. 밤에는 일하지 않는 인간 가정부와는 달리 취약시간대가 존재하지 않고 24시간 밀착해 주인을 돌봐준다.

로봇은 IT 융합플랫폼이다. 기계, 전자, 컴퓨터 기 술의 종합적인 완성체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라도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다. 하지만 2020년이 되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해 급격한 기술 발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프케어 서비스 로봇의 또 하나의 특징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감 기능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마치 사람처럼 이야기를 듣고 기억해주고 대답을 해주는 로봇들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용도의 로봇이나 가정용 펫 로봇, 이벤트 목적의 특수 로봇들이 가장 먼저 대중화돼 본격적인 로봇시대를 열 것이다. 또 컴퓨터와 자동차가 만나 무인자동차가 만들어지고 있듯이 로봇의 발전 역시 기존의 다른 산업과 섞이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 해 나갈 것이다.

로봇 기술이 가져올 또 하나의 혜택은 인간 육체의 한계 극복이다. 로봇 기술을 응용 해 개발한 근력 지원 슈트는 인조 외골격(exo-skeloton)으로서 거동이 어 렵거나 힘이 없는 사람들을 돕는다. 군사용으로 적용 돼 병사 1인의 살상력이 커지는 역효과도 생기지만 신체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일반인들과 똑같이, 혹은 일반인보다도 더 우월한 신체능력을 갖고 살아 갈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용 로봇은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활약을 하고 있는 분야다. 유진로봇, 로보스타, 동부로봇, 퓨처 로봇, 로보티즈 등 중소기업의 비중이 90%를 넘는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이다. 정부에서도 ‘2013-2022 로 봇미래전략’을 선포하고 육성을 꾀하고 있다. 세계 시장의 규모가 660억 달러(약 7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향후 제조용 로봇 중심의 시장을 나노 로봇, 서비스 로봇, 헬스케어 로봇, 지식기반형 로봇 등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으로 확장,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전략과 투자가 중요하다. 


3.선없는자유:무선전력

이미 데이터 통신에는 선이 필요하지 않다. 와이파 이, 블루투스, LTE 등의 무선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원(power)을 연결하는 선만 큼은 불편하지만 필수적인 요소로 남아 있다. 2020년 즈음엔 새로운 배터리 기술과 무선전력기술이 이 불편함마저 없애  버릴 것이다. 연료전지나 수소전지, 이 산화탄소를 이용한 고효율 전지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할 것이고 전원선을 통하지 않고 고주파를 이용 해 근거리에서 전기를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 화된다. 모바일 디바이스들은 무선 전력을 수신할 수 있는 리시버를 내장해 24시간 내내 네트워크를 유지 할수있는혁신적인환경이만들어진다.

전원선이 없는 세상이 되면 커넥터와 케이블은 급격히 사라질 것 이다. 고효율 배터리를 내장한 채 하루 종일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수많은 디바이스들에 생명을 줄 수 있게 된다. 무선 전력의 전송 효율과 거리도 지속적으로 발전을 하면서 더 이상 전원선을 거추장스럽게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모바일의 시대를 열 것이다.

무선전력기술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WPC (Wireless Power Consortium)와 PMA(Power Matters Alliance)라는 국제단체가 주도하고 인텔, IDT, 퀄컴등이 활동하고 있는 무선충전 (wireless charging)이 하나의 진영을 형성하고 있고 A4WP(Alliance for Wireless Power)가 주도하는 무선 전력 송신(wireless power)이 또 다른 진영을 이루고 있다. 기반기술의 측면에서는 두 진영 모두  자기유도방식(magnetic induction)과 자기공명방식(magnetic resonant)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실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두 방식 모두 전자기공학의 아날로그 원천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처럼 디지털 기술이 주력인 경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4.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될 때: Internet of Things

진정한 모바일의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가 맞게 될 미래의 모습은 바로 모든 것들이 연결되는 세상이다. 2020년이 되면 500억 개가 넘는 디바이스들이 인터넷 에 연결된다. 이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보 다거의9배나많으며이500억개의디바이스들이서 로 수많은 데이터들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탄생한다.

500억 개의 디바이스들은 센서를 이용해 정보를 생 성하고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이 정보들을 인터넷에 쏟아낸다. 기후, 온도, 기상상황, 오염도 같은 환경적 인 데이터를 생성해내는 디바이스들, CCTV, 교통, 범 죄, 사람과 상품의 흐름 등의 사회적인 데이터들을 생성해 주는 디바이스들까지 모든 것들이 연결된 시대 가된다.스마트한삶이라고말할수있다.특히이러 한 기기들이 소통하는 네트워크를 제공할 통신사들에 는새로운시장의기회를만들어줄것이다.사회적인 프라의 관점에서는 스마트 시티(Smart City)를 운영 하는 운영주체(정부, 지방자치기관이나 대리업체)에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현재 전 세계 1조5000억 개의 전자기기 중에 인터넷에 연결 된 것은 100억대수준이며 99%이상이 아직 인터넷에 연결 돼 있지 않다. 때문에 시스코는 2020년 이후 ‘Internet of Things’ 시장과 관련 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14조4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로 예측하고 있다. 클라우드, 모바일컴퓨팅, 소셜네트워크, 빅데이터등의 복합적인 발전이 이 시장을 계속 견인 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정보보호 및 사생활 침해에 위협이 될 ‘빅 브라더’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 따른 자발적인 정화작용과 도덕적 균형을 맞추려는 사회의 노력을 통해 ‘Internet of Things’ 시장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를 보호할 것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것들이 연결될 때는 역설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도 함께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5.에너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지구가 가지고 있는 화석에너지 잔존량이 줄어들고 석유와 가스 채굴에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2020년에는 많은 국가들이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이를 것이다. 그리드 패리티란 화석에너지 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비용과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비용이 같아지는 지점을 말한다. 이는 결국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사용을 가속화해 대부분의 기업이나 가정들이 자체 태양에너지 변환 장치를 가지게 하는 동기가 된다.

고효율 태양에너지 변환과 축전기술의 발전으로 햇빛이 풍부한 지역의 가정과 기업에서는 자급자족을 넘어서는 잉여 에너지를 만든다. 범국가적인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에 연결 돼 남는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거래소를 통해 부족한 곳으로 판매 할 수 있다. 즉 에너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의 역할 변화가 자유롭게 이뤄진다. 이는 국가적으로 에너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 또 에너지 생성에 들어가는 국가적 비용을 다른 가치창출에 투자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스마트그리드 중 특히 지역이나 소규모 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분산 발전하는 모델을 따로 마이크로그리드라 한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Internet of Things’와 상호 연관관계가 있다. 특히 핵심 인프라 장비인 스마트 미터(Smart Meter)의 보급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2020년까지 전체 가정에 50% 의 보급을, 유럽의 경우 80%의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로 ABB, GE, 지멘스, Itron 같은 대기업들이 정부와 함께 주도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미터, HAN(Home Area Networks), 스마트 네트워크, 스마트 가전, 실시간 감시 및 스마트 배전, 스마트 계통 운영, 전력저장 기술, 신재생에너지의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커버하는 대규모 사업영역이다. 전 세계적으로 400개가 넘는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지자체 및 공익사업 부문, 군용, 연구기관 및 산업용 부문을 통틀어 약 400억 달러의 시장 잠재성을 가 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6.새로운 공간의 탄생: 증강현실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공간에 ‘메타버스 (metaverse)’라는 새로운 공간의 개념이 더해진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만나 는 공간을 의미한다. 2020년의 메타버스는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상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깊숙하게 결합된다. 물리적 현실은 온라인 가상공간속으로 확장되고 가상공간은 반대로 물리적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카메라와 프로젝터, 홀로그램등의 기술을 이용해 현실에 무한한 가능성을 입힌다. 이것이 그대로 가상세계에도 반영돼 끊임없는 (seamless)한 경험체계와 공간이 만들어 진다.

메타버스 기술 중 하나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마케팅이나 게임에 사용되던 한계를 벗어 나 가상체험, 콘텐츠 제작, 교육, 비즈니스에도 활용 될 것이다.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MIT를 비롯 한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GPS를 활용 한 증강현실의 응용기술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특 히 현재는 모바일 증강현실 분야가 가파르게 성장하 고 있지만 앞으로는 점차 프로젝터나 월 디스플레이 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융합공간의 진화로 변모할 것 이다.


7.먹는 컴퓨터의 시대:생체 전력/생체 신호 인터페이스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ing)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수많은 가능성이 논의 돼 왔지만 실용성과 수익성 측면에서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2020년경에는 생체에서 나오는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생체 신호 인터페이스의 체계가 만들어지고 심지어 생체전기를 동력으로 사용 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입는 컴퓨터의 시대에서 먹는 컴퓨터의 시대까지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우선 뇌파 스캐너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생각으로 컴퓨터를 제어하고 생각을 원격으로 전송하는 기술적인 텔레파시가 가능해진다. 지체가 부자유스러운 사람들도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되며 여러사람들의 뇌파에너지를 원격으로 모아서 아직은 알수 없는 특별한 목적으로 사용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기술과 결합해 자동차 안전장치, 교육 효율을 배가시키는 시스템, 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플랫폼 등에도 적용이 가능해진다. 또한 현대인에게 가장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정신적스트레스나 심리적인 압박감, 대인관계에서 오는 불안감 등을 분석하고 치료하는 힐링 비지니스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이다.

또 뇌파뿐 아니라 심전도, 심박수, 체온, 혈압, 기타생체신호들을 활용 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 할 수 있으며 로봇과 같은 외부장치도 조작 할 수있다. 뇌파연구의 실용화는 현재 호주의 Emotive System, 미국의 NeuroSky, Cyberkinetics, Wild Divine이 주도하고 있다.

생체전력을 이용한 의료기기는 신체 내부의 열, 진동, 화학물질 등의 에너지원을 이용 해 작동한다. 생체 신호를 주고 받기위해 몸안에 들어가는 기기나 장치에 핵심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아주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로봇이나 알약을 만들어 인체의 특정 부위에 특정 약물을 전달 해 국지적 효과를 노리는 치료가 가능 해 지고 먹는 내시경을 통해 불편함 없이 365일 24 시간내내 몸의 내부를 구석구석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불치병으로 알려진 암이나 뇌출혈을 조기에 발견하거 나 정확하게 치료하는 획기적인 방법들이 쏟아져 나 오게 만들 핵심 기술이다. 또 100세 시대의 고령자들에게 사회 재진출 기회를 제공 해 줄수 있기 때문에 경제와 사회에 주는 파급효과가 크다.

이를 위해서는 이식형 생체신호센서, 무선전력모듈, 초소형/저전력 의료용 원격측정 모듈, 실시간 및 맞춤형 질환관리 솔루션 등의 요소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과 영국은 학계를 중심으로, 일본은 파나소닉 나노연구소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경우 연구 실적이 많지 않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가 시급한 기술분야다. 특히 생체신호와 생체 전원 기술은 인공심장, 펌프, 인공심박동기 등의 다양한 생체이식용 의료기기 산업에서 필수요소다. 


8.나보다 나를 더 잘아는 비서: 대화형 자연어 처리기술

2020년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은 2011년에 나온 애플 아이폰의 음성 명령 시스템 시리(Siri) 광고 영상을 보면 박장대소 할 것이다. 그들에겐 10년 전에 만들어진 광고가 너무 어설프다. 2020년의 시리는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형 자연어 처리기술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는 음성인식, 음성합성, 데이터베이스 검색 및 매칭, 인공학습지능, 클라우드, 고속신호처리, 인지적 화법 재현기술 등이 하나로 결합돼 가능해진다.

사람들은 덕분에 무엇을 검색할 때 더 이상 불편하게 타이핑하지 않고 음성으로 컴퓨터와 대화 할 수 있다. 컴퓨터는 날이 갈수록 똑똑해진다. 인공지능 덕분에 나의 명령을 더 많이 받을수록 더욱 똑똑해진다. 심지어 내가 말을 하지 못 한것까지 미리 알려준다.e메일 도 대신 보내주고 누군가와 약속이 있으면 상대방의 컴퓨터와 함께 자기들끼리 알아서 점심 약속장소도 대신 잡아준다. 식당을 예약하려고 하는데 다른 고객의 평가가 좋지 않다며 다른 곳을 추천 해 준다.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데 무음으로 스크린에 지금 내용 이 작년에 출제 됐던 것이라고 알려준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나대신 밤새 돌아다니면서 부장님이 올린 글에 ‘좋아요’도 누르고 적당히 댓글도 달고 온다. 물론 내가 시킨 일이다. 또한 전세계 주요 나라의 말들을 실시간으로 통역 해 준다. 굳이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정부에서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의무교육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진지하게 논의 한다.

가상 시나리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20년 페이스북 가입자는 20억 명이다. 그런데 접속된 사용자 중 10%는 실제 사람이 아닌 이런 ‘스마트 에이전트’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다. 덕분에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라고 만들어 놓은 소통 채널에 가상의 아 바타들이 소통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의 아바타가 온라인상에서 더 멋지고 능력있는 내가 돼 활동한다. 이 때문에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오프라인 만남의 중요성이 다시 인정받기 시작한다.

위의 내용은 상상이지만 이렇게 자연어 처리 기술이 갖는 잠재력 때문에 이미 IT기업들 간에는 가장 핵심이 되는 음성인식 기술을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아마존이 이보나(Ivona)라는 기술 기업을 인수했고, 아이폰의 시리를 제작한 뉘앙스(Nuance)는 블링고(Vlingo)라는 회사와 합병했다. 구글과 마이크로 소프트는 자체적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면서 준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음성인식 기능을 가전기기와 스마트폰에 적용 해 왔다. 핵심 기술은 전부 해외에서 아웃소싱해왔다. 기술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전략적인 접근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9.진정한 100세 시대를 넘어서:
초고속 유전체 해독기술/맞춤 유전자 분석

2003년 인간 게놈의 분석을 위해 13년의 시간이 걸 렸고 3조 원의 비용이 들었다. 2008년에는 한국인의 게놈 지도가 완성이 됐고 간단하게 상피세포나 혈액 한방울로 검사가 가능 해 졌다. 여기에 앞으로 더 초고속으로 유전체를 해석 할 수 있는 기술과 DNA칩 (DNA정보를 담는 반도체) 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맞춤형 의료가 가능 해 지고 있다. 유전적으로 가지고 있는 아주 세세한 차이를 알아내고 적절한 치료방법이나 건강관리 방법을 제공한다. 2020년의 병원은 천문 학적인 비용이 들던 유전자 분석을 저렴한 비용으로 실현해 치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 유전적 결함 을 사전에 관리하는 밀착형 의료기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줄기세포 치료기술이나 유전자 치환기술 등이 가능해지면 해석된 정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치료에도 응용이 가능 해 진다. 이런 맞춤형 관리를 통해 인류는 건강한 생활연령 평균이 100세가 넘는 시대를 맞이 할 기틀을 마련할 것이다.

2006년에 이미 구글은 유전자 검사 전문업체인 23andMe에 투자했다. 이뿐 아니라 해외에는 아주 많은 유전자 분석관련기업들이 시장을 창출 해 나가고 있다. 한국에선 인포피아, 테라젠이택스, 디엔에이 링크같은 전문기업들과 SK, KT 등의 대기업들이 손을 잡고 DNAGPS(개인 유전정보 분석 서비스)나 게놈클라우드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2014년부터 2021년까지 5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 대비하기엔 작은 규모다. 2014년 10조원의 시장이 2020년에는 100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기업과 학계, 정부 모두에서 적극적인 진입을 모색해야 한다.


10.내가 바라보는 모든 곳이 스크린:
공간 디스플레이와 NUX(Natural User Experience)

예전엔 TV나 컴퓨터 모니터 같은 고정형 디스플레이가있는 곳에 사람이 다가가 정보에 접근했지만 이젠 모바일기기들처럼 점점 더 사람이 있는 곳에 다가오는 디스플레이가 많아지고 있다. 2020년 이후에는 사람이 바라보는 어떤 곳이라도 스크린이 되는 세상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으로 벽, 거울, 테이블, 빌딩 의외벽, 바닥, 천장, 자동차의 외부와 내부, 컵이나 작은 접시까지도 이제는 커뮤니케이션의 창이 된다. 수 많은 스크린을 통해 수많은 인터랙션을 주고받을 수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곳이 스크린이 되면 우리가  쳐다보고 말하는 모든 것들과 제스처들까지 커 뮤니케이션의 방법이 된다. 이른바 NUX(Natural User Experience)로의 개념 확장이 이뤄지고 사람이 대하는 모든 것이 세상과 소통하는 시대가 된다.

투명 디스플레이와 플랙시블 디스플레이가 공간 디스플레이를 가능하게 해 준다. 또 광학이나 정전기 방식의 터치스크린이 소형 기기에서 벽이나 거울 같은 대형 스크린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 할 것이다. 카메라 기반의 행동인식과 근육인식기술들도 이러한
 공간 디스플레이를 통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해 준다.

핵심은 융합과 스마트

역사는 늘 변화와 발전과 쇠퇴의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다. 미래기술 예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10 대 기술인가가 아니다. 왜  그렇게 바뀌어야 하고 어떻게 가치가 만들어 질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이제까지 살펴본 ‘2020년 미래를 주도할 10가지 기술’은 서로 연관돼 있고 상호작용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기술들이다. 이런 기술들을 관통하는 흐름의 핵심은 바로 융합과 스마트함이다. 엮어서(융합) 더 나아지게(스마트) 만든다는 의미다. 기술도 사회도 합쳐지고 융합 될 때 그 가치가 증폭된다.

2020년이 그렇게 먼 미래는 아니다. 그러나 10년전과 지금을 비교 해 본다면, 2020년은 또 얼마나 많이 달라져 있을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지금 우리 손에 쥐어져 있는 스마트폰 같은 기기는 없어 질 지도 모른다.


[동아비지니스 리뷰 128호 기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