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06, 2009

가지니, 인도영화를 이야기한다.

가지니란 인도영화는 그 동안 인도영화가 상당히 서구적인 스타일로 변화 해 오고있다라는 사실을 대변해 주는 작품 중에 하나다.  2008년 영화로 인도의 흥행기록을 새로 썼다고 하는데 그 숫자는 사실 얼마인지 모른다.

가지니를 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Memento의 주인공과 너무도 흡사함을 느낄 수 있는데 실제로 영화의 플롯도 Memento의 이야기를 듣고 작성이 되었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주인공의 기본 설정을 제외하곤 철저하게 인도풍의 영화로 재탄생을 한 것 같다. 기억시간이 15분이니까 조금 더 길긴 하지만...
처음 본 인도 영화라면 1997년에 인도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 한창 인도인들의 마음을 빼앗었던 영화, 라자힌두스타니였는데 그 뒤로 OST도 사서 듣고 노래도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인도친구들한테 그 때 주제가였던 '팔테시팔테시 자나나히 ~ㅎ"란 노래를 불러주면 어찌나도 신기해하던지. 하기야 영화가 너무 진부한 소재였지만 재미가 있었던 터라 아직도 몇소절은 잊지 않고 부를 수 있다.
그때부터 인도영화는 가끔 기회가 되면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는데 이번에 가지니를 보게 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한국에는 인도영화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사실 인도영화의 규모는 헐리우드의 그 것을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나다. 1년에 제작되는 영화의 수가 수천편에 달하고 전국의 극장 수 또한 엄청나다. 연간 극장 관객수도 몇억을 넘고.. 오죽했으면 Bollywood (Bombay+Hollywood)란 말까지 있다.
 
97년에는 25루피(당시 환율로 600원정도)를 주고 영화를 보았었는데 지금은 보통 35루피정도 한다고 한다. 그래봐야 1000원정도 수준인데 인도 한끼 밥값이 30루피정도하니까 인도인들한테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물가로 느껴질 것이다. 인도 극장의 특징들은 일단 무지하게 크다. 의자도 넓고 에어컨도 장난아니게 시원하게 튼다. 기억에도 피서에 최고라고 느꼈을 정도였고 대부분의 영화가 3시간정도로 길어 중간에 10분간 아에 대 놓고 휴식시간을 준다.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 못 기다릴 시간이다. 인도인들은 영화보는 것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영화를 찍어 매일 상영을 해도 투자대비 수익이 나는 것 같고 그래서 인도의 영화산업은 매우 발달되어 있다. 영어로 제작한 영화도 많고 대부분은 힌디어로 제작이 되는데 인도영화에는 세계화가 되지 못한 몇가지 특징이 있다. 가지니란 영화도 서두에 매우 서구적인 스타일이라고 했지만 사실 줄거리를 보면 이렇다. 성공한 산제이란 남자가 있는데 인도 굴지의 모바일 업체 사장이다. 한 여자를 정말 우연하게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그 여자가 나쁜 조직의 비밀을 알게 되어 산제이의 앞에서 비참하게 살해를 당하고 산제이도 머리를 맞아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기억나는 것은 가지니라는 살인자의 이름.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온 몸에 문신을 하고 15분마다 리셋되는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주변을 찍고 깨어날때마다 기억을 되새김질한다. 결국은 살인자에게 복수를 하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온다라는 어찌보면 매우 상투적인 영화인데 긴 호흡속에 긴장을 이어나가는 재미가 있다. 그럼 무엇이 서구적인가하면 영화의 전개방식, 흐름, 촬영기법, 스케일, 구도, 화면 속에 작은 소재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체의 짜임새나 그 속에 녹아있는 것은 인도의 것 그대로이다.
아무튼 인도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몇가지가 있는데 가지니 역시 그 공통점만은 전부 가지고 있으니 명실상부 인도인들이 좋아하는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내가 느낀 인도영화들의 공통점은 첫째, 철저히 권선징악적이며 선과 악의 대립이 분명하다. 선한 편과 악한 편이 영화 초반부터 구별이 가능하고 끝에가선 꼭 선이 악을 누르고 이긴다. 가지니의 경우는 초반이 한참 지나서야 영화의 윤곽이 들어나도록 매우 기교있는 전개를 보이는 것이 약간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 다른 신분과의 사랑이야기이다. 그것도 매우 진부하고 이루기어려운... 택시기사와 부자집딸, 부자집도련님과 가난한 여대생, 권력자의 아들과 천대받는 집안의 딸등등... 꼭 신분차이가 난다. 가지니도 역시 성공한 모바일 기업의 사장과 평범하지만 당찬 여자와의 사랑이 나온다. 그것도 비극적으로... 세번째, 중간 중간에 뜬금없이 뮤지컬풍의 춤과 노래가 많이 나온다. 매우 부자연스러울 때도 있는데 춤과 노래는 인도영화에 있어 감초같은 요소이며 흐름의 완급을 조절한다. 가지니도 빈도는 줄었지만 예외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마지막 공통점은 해피엔딩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 4가지가 세계화를 지향하기엔 다소 한계가 있는 이유라면 이유일텐데 두려운 점은 차츰 차츰 이러한 공통점을 벗어나는 영화들이 세계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인도영화가 인도인들의 생각과 문화를 투영한다고 보면 내가 본 4가지 공통점은 인도인들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향수하고 가지고 싶어하고 대리만족하고 싶은 속성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엄청난 영화 내수시장과 제작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에 통하는 코드를 하나 둘 들고 나오기 시작하면 그 잠재력과 파워는 무시 할 수 없는 미래의 결과를 만들어 낼 것 또한 분명하지만 말이다. 인도의 영화를 보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시각들도 다양해져서 그 속에 숨겨진 인도를 읽고 이해하며 인도인들의 마음속에 새겨질 수 있는 무언가를 찾거나 만들어내는 주역들이 되었으면 하며 나 역시도 인도를 멋진 무대로 삼아 뛸 수 있는 스케일과 역량을 가진 한국인이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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