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24, 2009

한국게임계의 산타클로스 빌 로퍼


빌로퍼를 보면 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내가 그를 많이 닮았다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디아블로와 스타스래프트를 창조해내기 위해 그가 겪어 온 인생의 역정과 어울려 살아 온 삶을 바라보면 몇가지 공통점이 느껴진다.

빌로퍼는 음악을 공부한 예술적인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스티브잡스처럼 그는 기술에 오리엔트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실제 게임계에서 빌로퍼를 추앙하는 그것은 다른 대가들과는 다르다. 게임의 신이라 불리며슈퍼마리오를 만든 미야모토 시게루, 문명의 기획자 '시드마이어', 파이널 판타지의아버지'사카구치 히로노부', 둠으로 전세계 프로그래머들의 영웅이 된 '존 카멕', 심시티와 심즈로 게임의 신세계를 창조한 '윌라이트', 버추어 게임시리즈의 선구자 '스즈키 유', 파퓰러스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원조가 된 '피터 몰리뉴',울티마 시리즈로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군주가 된 '리차드 게리엇'을 영웅으로 받들어 경외하는 것과는 다르게 빌 로퍼는 뭔가 다른 격으로 대접을 받는다.

게임프로듀서로서 상상력과 비전을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려는 리더쉽, 그리고 감성과 재미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고 동기를 부여한 PM으로의 롤이 어쩌면 천재프로그래머라는 역할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기에 그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점이 빌로퍼와 내가 동색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개개인의 기술적인 역량과 매니아적인 열정이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인 가치라고 인정을 하면서도 결국 큰 그림을 그리고 그 사이를 조율하고 비전을 던지면서 팀웍을 이끌어내는 리더쉽이야 말로 사업적인 측면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업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창조한다는 입장에서 만약의 빌로퍼의 프로듀싱이 없었더라면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100명이 있었더라도 지금의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 같은 게임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쩌면 이 책에서도 이러한 빌로퍼의 족적을 가치있는 평가로 바라보고 싶은 저자의 의지가 강하게 발현되지는 않았을까. 예술과 감성, 기술 그리고 마케팅 또는 역사와 인문이 하나의 제품에 조화롭게 녹아 들어가게 하는 능력이야 말로 이 시대의 가장 큰 창조성이 아닐까.

빌로퍼에 대한 처음 접한 책이었지만 몰입한 내내 손에 힘을 주고 읽었던 즐거운 간접경험이었다. 여러분야의 조화롭고 상식적이지 않은 창조, 팀원들과 파트너들을 하나의 배에 타게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넘치는 비젼 공유, 그리고 리더쉽과 전략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매니지먼트하는 그의 인생에 나의 그것이 투영되 보이는 몹시도 발칙한 상상속에 내가 다음에 만들어 나갈 나만의 스타크래프트는 무엇일지 설레임과 긴장감속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비방디가 게임의 보석을 잃었다. 빌 로퍼로 인해서 비방디의 가치는 최소한 1억달러는 떨어졌다. "
 

CNN 저널리스트 크리스 모리스-빌로퍼의 블리자드 퇴사후 CNN 속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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